에세이 한 편

엄격하고 고상한 음악에로의 여행/ 배홍배

검지 정숙자 2024. 2. 15. 01:49

<에세이 한 편>

 

    엄격하고 고상한 음악에로의 여행

      - J.S. 바흐: Duetto No. 4 in A minor, BWV 805

 

    배홍배

 

 

  낡은 타자기에서 시계 소리 들렸다

  자판이 가리키는 시간 속에서

  소비되는 음악

  비용은 손가락 끝에서 올라가고

  빙긍빙글 도는 턴테니블과 의자를 가까이 붙이고

  바흐의 유작을 듣기 위해

  바로크 코트는 윈도우에 걸렸다

 

  흰 머리에 붉은 빵모자를 쓴 교황을 위하여

  오래된 나무의자를 딛고 유리성당을 쌓은 늙은 DJ

  뛰어내린 창문 안으로 얽힌 팔에게 스스로 묻고

  한 번 풀리는 걸음으로 두 갈래로 갈리는 길에

  흰 할미꽃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돌부처가 되었다

  시곗바늘이 더듬은 그의 둥근 안경이 한 점, 점으로 남을 때

     - 시 「오래된 음악실」, 전문

 

  

  ▣ 이 작품은 다양한 템포의 변화에 대한 해석이 있지만 조금 느린 것이 듣기에 좋다. 느린 템포가 이 곳에 좋은 것은 바흐의 시계처럼 정확하고 정밀한 음의 진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도입부는 알베르티 양식의 엄격한 푸가 기법을 따르고 있는데, 곡은 두 개의 선율로 진행되면서 고뇌의 굴곡을 거쳐 멜랑콜리한 분위기로 흐른다.

  이 곳은 매우 냉철하다. BWV802/805 4곡을 모두 들어보면 생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평소 기계적인 정확성에 감정을 가두는 바흐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곡은 독일풍의 엄격하고 고상한 음의 세계로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시 p. 183/ 론 184)

 

 * 본 책에서는 유명한 곡으로 알려져 있진 않으나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듣기 쉽고 편한 것들을 146곡 선정하여 시적인 분위기의 이야기와 해설을 덧붙였다. 또한 책을 보면서 휴대폰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곡 한 곡 모두) 큐알코드를 만들어 올렸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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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홍배 著_시에세이 『빵 냄새가 나는 음악』/ 2023. 11. 20. <시산맥사> 펴냄

  * 배홍배/ 1953 장흥 출생, 2000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단단한 새』『바람의 색깔』『라르게토를 위하여』, 산문집『추억으로 가는 간이역『풍경과 간이역』『송가인에서 베토벤까지』『Classic 명곡 205』등, 오디오평론가, 사진가, 번역 활동,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