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었다
한영옥
늘 걷는 사람이 있었다
의심 없이 한평생을
한 방향으로 걷는 길은
얼마나 먼 길인가,
멀다 않고 걸었던 사람
또한 얼마나 빠른 길인가,
쉬지 않고 걸었던 사람
혼자 걷는 길이 아니었다
매달리는 사람 붙잡아주고
밀어주어야 할 사람 밀어주며
산과 바다와 햇빛 두르던 사람
얄팍한 술수도 적잖이 만났으나
이상한 꽃이야, 웃기만 하면서
내내 어린애 얼굴 꺼내 쓰면서
고루고루 평강平康을 둘러주며
가려던 길, 그 오솔길로 걸어
보기에 좋은 모습 지어낸 사람.
-전문(p.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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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한영옥/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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