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람이 있었다/ 한영옥

검지 정숙자 2023. 1. 20. 02:36

 

    사람이 있었다

 

    한영옥

 

 

  늘 걷는 사람이 있었다

  의심 없이 한평생을

  한 방향으로 걷는 길은

  얼마나 먼 길인가,

  멀다 않고 걸었던 사람

  또한 얼마나 빠른 길인가,

  쉬지 않고 걸었던 사람

  혼자 걷는 길이 아니었다

  매달리는 사람 붙잡아주고

  밀어주어야 할 사람 밀어주며

  산과 바다와 햇빛 두르던 사람

  얄팍한 술수도 적잖이 만났으나

  이상한 꽃이야, 웃기만 하면서

  내내 어린애 얼굴 꺼내 쓰면서

  고루고루 평강平康을 둘러주며

  가려던 길, 그 오솔길로 걸어

  보기에 좋은 모습 지어낸 사람.

     -전문(p.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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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원로 중진 시인 신작시> 에서

  * 한영옥/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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