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시집『이 화려한 침묵』자서/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1. 13. 20:08

 

    

      自 序

 

 

    시인이 늘상 마음 고운 건 아닙니다만 시는 시인의 심성이

가장 고와졌을 때 피는 영혼의 꽃입니다. 미움에서 사랑의 노래

가 나올 수 없고 괴로움 속에서 환희의 노래가 나올 리 없습니

다. 그러므로 시는 미의 확인이며 선의 진행입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시 한 편은 시인에게는 축복, 독자에게는 기쁨입니다.

그러므로 시는 짓는 이와 읽는 이가 함께 기다리고 간직해야

할 영광입니다. 시는 누군가가 지었다고 해서 그의 소유가 아니

요, 읽고 감동하는 이의 것이며 신의 것입니다. 시는 동물이나

식물처럼 시인을 모태로 해서 태어나는 생명인 까닭입니다. 그

러므로 시인은 신으로부터 영감을 선사 받기 이전에 시를 쓸 수

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축복을 받기

위해서는 신부와 같이 순결한 영혼으로 돌아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시인들은 이 밤에도 연필보다 마음을 깎느라 자신을

초월해 있을 것이며 독자 또한 그 결과인 시의 빛에 싸여 어둠을

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는 많은 이들을 이어주는 황홀한

끈이며, 언제까지라도 분실되지 않을 행복입니다.

 

  1993년/ 空友林에서/ 소아 정숙자 씀

 

   -------------

 * 시집 『이 화려한 침묵』에서/ 1993. 4. 26.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3시집 · 이 화려한 침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정숙자  (0) 2013.01.09
첫 봄/ 정숙자  (0) 2013.01.06
연인/ 정숙자  (0) 2013.01.06
거미에게/ 정숙자  (0) 2013.01.02
봄밤/ 정숙자  (0)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