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 『성유식론』 다시 읽기 (11)
권오민/ 불교학자
먼저 세상에 출현한 모든 것有爲諸行이 무상한 것, 변화하는 것이라면, 변화는 언제 일어나는가? 특정의 시간, 예컨대 매일 밤 12시, 자명종이 '땡'하고 울리는 그 순간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섣달 그믐날 밤 11시 59분 59초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세기말이나 새로운 밀레니엄 직전에 일어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시간의 최소단위가 찰나라면, 찰나마다 일어난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변화가 전후의 상태가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라면 세계(혹은 사물)는 찰나마다 그러한 것이라고, 생성 · 소멸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생성하는 찰나와 소멸하는 찰나마저 동일 찰나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겨난 다음 찰나 소멸하는 것이라면 존재는 찰나를 초과하여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찰나생멸' (혹은 줄여 '찰나멸')이다. 제행무상을 주장하는 한, 찰나의 생멸은 필연적 이치이다. 이는 아비달마시대 이래 불교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 중의 하나였다. 특히 과거 · 미래법의 실재성(이른바 '법체항유')을 인정하지 않는, 다시 말해 현재 일 찰나의 세계만을 인정하는, 그래서 '찰나론자'나 '일찰나종一刹那宗' 등으로 호칭된 경량부의 경우 찰나멸론은 교학의 전제가 되었으며, 이들에 의해 형성된 불교지식론학파에서는 이것의 논증이 하나의 철학적 테마가 되기도 하였다.
독자들은 육신이나 마음은 물론이고 저 산하대지조차 찰나에 생겨났다 소멸한다는 사실을, 눈 깜박하기 전의 세계와 눈 깜박한 후의 세계가 죽음 이전과 이후처럼 다른 세계라는 사실을 믿을 수 (수용할 수) 있는가? (이치란, 진리란 이렇듯 무서운 것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 몸의 혈액은 두세 달이면 완전히 바뀌며, 우리 몸의 세포 또한 분열과 사멸을 반복하여 7년이면 완전히 바뀐다고 한다. 마음은 어떤가? '영원히 사랑한다'고 맹세한 경우, 이 때 '영원'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지? 무상을 주장하는 한 이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p.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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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사학 철학』에서/ 2024-가을(78)호 <철학_알라야식의 인과상속과 단절> 에서
* 권오민/ 불교학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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