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한창옥의 줌인 54(부분)/ 뮤지션, 배우 : 조관우

검지 정숙자 2023. 2. 27. 02:36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_ 조관우

 

    때: 2023. 1. 29(목), 15시

    장소: 일산 라페스타거리 카페

    인터뷰어: 한창옥(본지 발행인, 편집주간)

    녹취 원고 편집 & 사진: 성국(도서출판 포엠포엠 대표)

 

   Prologue

  하늘이 내려준 '팔세토' 창법의 대가로 한국의 '파리넬리'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 성악에서 두성을 사용하는 보통의 고성보다도 높은 소리를 내는 독보적인 매력의 국악과 가성으로 다져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우리의 귓가를 사로잡는 조관우 뮤지션. 배우를 줌인한다.

  -창옥 POEMPOEM

 

  JO KWAN-WOO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박초월 국창의 친손자이자 판소리 명창 조통달의 아들로 재능을 이어받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탔던 유년기를 보낸다. 1994년 23세에 발매한 대표곡 <늪>은 130만 장 판매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였다. 얼굴을 밝히지 않고 라디오에서만 나오는 노래로 스타덤에 오른다. 한이 깊은 듯 슬픈 감성의 독특한 목소리의 리메이크 앨범 또한  300만 장을 기록한다.

 

  ···전략···

  Q4. 오래전 방송이지만 아직도 생각나는 것은 1997년 KBS <빅쇼> '조관우의 기다림'이었어요. 그날 객석에 앉아 계신 명창 조통달 아버지께서 자식에 대한 믿음과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 군 제대할 무렵 가성 창법을 사용한 해외 음악을 접하게 되고 이렇게 해도 멋진 음악이 나올 수가 있구나 생각해 아버지께 창법에 대해 여쭤봤는데 '고자음성이다. 내시 같은 창법이다. 그저 요령으로 부르는 노래다'라면서 반대를 하셨죠. 1집 발매 이후 첫 콘서트를 열었는데 부모님이 오셨어요. 그때 아버지가 제 노래를 듣고 '가성으로도 득음이 되는구나'라며 그렇게 진심으로 인정해 주셨죠.

 

  Q5. 팔세토 창법은 남자 가수가 쉽게 도전하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고 아무나 소화할 수 있는 창법이 아닌 것 같아요.

  - 아버지의 조언과 충고를 통해 갈고닦아 지금의 팔세토 창법을 완성했습니다. 팔세토(falsetto)는 클래식이 기록화되는 시점 초기에 나온 말인데 남자가 여성음을 흉내 내는 것이 뿌리예요.

 

  Q6.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지만 음악에 대한 본인의 고집과 철학이 확고했기에 훌륭한 음악인으로 거듭난 게 아닌가 싶어요.

  - 이런저런 이유로 아버지는 항상 음악하는 것에 반대를 하셨어요. 어릴 떄부터 제가 기타를 들고 다니면 아버지가 싫어하셨어요. 갖고 놀고 연습하고 그런 걸 보고 아버지가 기타를 다 망가뜨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어요. 결국 아버지도 저의 재능을 믿고 국악예술고등학교에 보내주셨습니다.

 

  Q7. 가야금을 전공하셨죠.

  - 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가 저에게 가야금을 가르쳐 주셨는데 남들은 3년 동안 배워야 하는 가야금 산조를 일주일 만에 마스터한 거죠. 아버지가 계셨기에 지금의 조관우와 아들 조현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Q8. <빅쇼>에서 한쪽 이마를 덮은 집시 스타일 머리로 정말 앳된 모습이었어요. 당시 공연 인사에서 "저는 TV 경험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큰 데다가 요즘은 방송에서 선이 큰 것을 원하는데 저는 춤도 안 되고 오직 디테일한 음악을 선호하기에······. (한참 망설이다가) "잘 되겠지 뭐!" 그 어눌한 말솜씨와 표정에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나왔어요. (함께 웃음) 특히 그날 비지스BeeGees의 트레지디 Tragedy 열창은 가슴을 칠 정도로 멋있더군요.

  -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 음악을 접해오면서 국악을 그만둔 이후 완전히 미국 디스코, 펑크 밴드들의 음악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 시기에 비지스BeeGees와 같은 가성 창법을 이용하는 록밴드나 Earth, Wind & Fire 등도 많은 노력으로 저 자신만의 가성 창법을 만들어내게 된 거죠.

 

  Q9. 다양한 음역대를 넘나드는 엄청난 가창력을 보유한 '머라이어 캐리'의 'My All' 저는 이 곡을 참 좋아하는데 머라이어 캐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목이 상당히 손상되었다고 해요. 조관우 님은 팔세토 창법을 개발해서 그 성대를 긴 시간 한결같이 유지한다는 것이 대단하세요.

  - 사실 음악 경연 프로 '나는 가수다' 때 성대 결절이 찾아왔어요. 전국투어 콘서트도 포기하고 수술해 한 달  동안 목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어요. 두 시간 콘서트에 쏟아 넣었던 힘을 오롯이 한 곡에만 올인해서 쏟으려 하니 사실 쉽지 않았어요. 제 스타일도 잊어버리고 승부에만 집착했던 거죠. 성대 결절 및 용종 제거 수술을 받고,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재활에 힘썼어요. 고통의 시간은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목 상태가 호전되면서 가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죠.

 

  Q10. 이런저런 고생이 많았군요. 최근 두 신곡 「엄마의 노래」와 「비가 오려나」는 전보다 다른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트로트와 알앤비. 국악 등 장르를 조금씩 첨가한 느낌을 받았지만 블루스blues 감성이 애절해서 가슴이 몹시 아파지더군요. 조관우의 음악이란 걸 금방 알겠어요.

  - 「비가 오려나」는 5월쯤에 개봉하는 영화 <세하별>의 주제곡입니다. 제가 주연으로 태원 역을 맡았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그러는데, 노래를 잘 들어보면 조관우의 음악을 한 것이라고 해요. 한 대표님이 느낀 것처럼 단순 트로트를 한 게 아니라 알앤비 리듬을 섞거나 블루스blues의 감성을 담거나 한 것이 조관우의 음악이죠.(웃음)

 

  비가 오려나

 

  오늘 밤 비가 오려나

  별 빛 하나 보이질 않네

  오늘 참 쓸쓸하구나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보고프면 보고 싶다

  졸라도 보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불러 볼 텐데

  아 아 내일이면

  그대 혹시 돌아오려나

  아 아 차라리

  기다린다 말이나 해둘걸

  새벽도 더디 오누나

  이 비도 지나가고 없는데

  얼마나 더 아파해야

  그대가 알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내 맘을 알까

  아 아 내일이면

  그대 혹시 돌아오려나

  아 아 차라리

  기다린다 말이나 해둘걸

  새벽도 더디 오누나

  이 비도 지나가고 없는데

  

   * 작사·작곡 · 노래   조관우

   * 편곡   조율(작은아들). 코러스   조현(큰아들)

 

  Q11. 영화 '세.하.별'의 주제곡 「비가 오려나」 노랫말도 직접 쓰셨군요.

  - 네, 작사 작곡은 몇 번 하긴 했었는데 「비가 오려나」는 제가 만든 곡이에요. 편곡은 작은아들 조율이가 하고 코러스는 큰아들 조휘가 했어요. 한이 담겨 있는 노래예요.

 

   Q11.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2011)를 시작으로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 등 연기자로 커리어를 쌓고 계셨군요. 특히 인상적인 건 이병헌 배우와도 합을 맞춘 적이 있더군요. 드라마나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계신 게 오래되었는데도 최근에서야 알았어요. 연기를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해서 못 알아봤나봐요.

  - 아, 네(웃음). 2018년 개봉한 영화 <그것만이 내 인생>에 출연으로 이병헌 씨와 함께 했어요.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었으나,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해요. 2021년 11월에는 TVN의 월화드라마 <어사와 조이>에 왕 역할로 나왔죠.

  영화 '조선명탐정'은 그때 감독님이 조관우를 섭외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 이미 조관우 배역이었다고 해요. '청담동 살아요'를 활영할 때 제 자신을 지키면서 연기하려 하니 그 배역이 완성이 되지 않았어요. 오늘부터는 조관우가 아니다. 나는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저 스스로를 내려놓고 몰입하다 보니 어느 정도 연기가 되더라고요. 때로는 용기를 내서 기존의 조관우의 모습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안 거죠. (p. 87-91)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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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엠포엠』 2023 - 봄(97)호 <한창옥의 ZOOM IN 54> 에서

  * 한창옥/ 2000년 시집『다시 신발 속으로』로 등단, 시집『빗금이 풀어지고 있다』『내 안의 표범』, 본지 발행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