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시심전심-카톡방 대담(한마디)/ 차창룡 : 함성호

검지 정숙자 2024. 3. 2. 02:08

 

    시심전심     카톡방 대담(한마디)  

    

    (前略)

     2022년 2월 20일 일요일

 

    차창룡(동명) : 함성호 

 

  

  함성호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동명이 더 잘 설명하실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이 질문엔 제가 어떻게 모르는지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차창룡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차창룡

  불교계에 있다 보니 선생님께서 쓰신 불교적인 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첫 번째 시집 『56억 7천만 년의 고독』이나 다섯 번째 시집 『타지 않는 혀』가 눈에 띕니다. 전자는 먼 훗날 우리를 구원할 미래의 부처님에 대한 전설이고, 후자는 일찍이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한 전법승에 대한 전설입니다. 이 불교적인 전설과 선생님께서 추구하는 방향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요?

 

  함성호

  어쨌든 잘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는 평생을 갖고 갈 질문 하나를 찾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 나는 평생 시를 쓸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떠올랐죠.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에 있죠.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이 느낌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는 상태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그것은 내가 그렇게 했고, 무엇인가가 그렇게 했다는 겁니다. 서화담은 그걸 능연필연能緣必然으로 말했습니다. 동학에서도 불연기연不然其然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변증법인 정-반-합의 단계가 아닌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동시적 사건이라는 말이죠. 저는 전생이라는 말이 나 전의(단일한) 개체를 떠올리게 해서 이 말은 좀 피하고 싶습니다. 대신에 별의 탄생과 죽음을 보라고 말하고 싶군요. 초신성으로 별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고 그렇게 무수한 별의 죽음들이 먼지로 떠돌다가 이렇게 저렇게 모여 다시 별로 탄생합니다. 지금 있는 별은 그 전에 무수한 별들이 모여 이루어졌지요. 나도 이와 같이 우주의 먼지로 사라진 무수한 생명과 무생물이 모여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동시에 내가 원했습니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다"는 말이 불경에 전합니다. 이 말을 연기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것과 저것이 동시적 사건이란 말로 받아들입니다. 그 가운데서 연기가 작용하겠지요. 왜 그런가?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답할 수 없다고 봅니다. 단지 우리는 끝없이 이것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여기에 있는 나도 무의미의 수렁에 빠질 것이니까요. (p. 28-30)

  (後略)

 

 【참고: 본문 전체는 2022. 2. 14일~22일까지   지면은 16~52쪽까지 이어진 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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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여는세상』 2022-봄(81)호 <시심전심詩心傳心_카톡방 대담> 에서

  * 차창룡(동명)/1989년『문학과사회』로 등단 & 1994년 ⟪세계일보⟫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나무 물고기』『고시원은 괜찮아요』외, 기행산문『인도신화기행』『나는 인도에서 붓다를 만났다』등

  * 함성호/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56억 7천만년의 고독』『성 타즈마할』『너무 아름다운 병』『타지 않는 혀』, 현재 건축실험집단 <EON>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