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등 굽은 시/ 이화은

검지 정숙자 2022. 4. 13. 02:27

 

    등 굽은 시

 

    이화은

 

 

  시집을 읽다가 문득 읽는다

  태풍이 때리고 간 이튿날 아침

  사과나무 밑에서 낙과를 줍던

  어머니의 굽을 등이 시였다고

  아주 먼 훗날 비로소 읽는다

  다시 읽어도 눈이 아픈 시

  눈물이 아픈 시

  어머니가 쓰신 그 한 편의 시에

  나는 아직 한 걸음도 닿지 못했다

  한 번 읽고 덮는 시

  읽고 돌아서면 잊히는 내 시들을

  먼 세월 저쪽에서

  어머니 굽은 등이 줍고 계신다

  어머니 낙과는 돈이 안돼요

  소리쳐도 

  돌아보지 않으신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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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의 집 · 서울』 2022-4월(246)호/ <시> 에서  

  * 이화은/ 1991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이별법』『절반의 입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