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시
이화은
시집을 읽다가 문득 읽는다
태풍이 때리고 간 이튿날 아침
사과나무 밑에서 낙과를 줍던
어머니의 굽을 등이 시였다고
아주 먼 훗날 비로소 읽는다
다시 읽어도 눈이 아픈 시
눈물이 아픈 시
어머니가 쓰신 그 한 편의 시에
나는 아직 한 걸음도 닿지 못했다
한 번 읽고 덮는 시
읽고 돌아서면 잊히는 내 시들을
먼 세월 저쪽에서
어머니 굽은 등이 줍고 계신다
어머니 낙과는 돈이 안돼요
소리쳐도
돌아보지 않으신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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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집 · 서울』 2022-4월(246)호/ <시> 에서
* 이화은/ 1991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이별법』『절반의 입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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