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택화_비극적 풍경에 다채롭게 띄운...(발췌)/ 두만강에 서면 : 이규대

검지 정숙자 2022. 4. 14. 01:22

 

    두만강에 서면

         도문시를 끼고 흐르는 강

 

    이규대

 

 

  가을 두만강은

  좁고 야트막하게 흐른다

 

  냇물인 줄 알고

  그냥 건너려고 했더니

  강이란다

 

  그래도 건너보려 했더니

  국경선이란다

 

  물길 한가운데가

  움직이는 국경선

 

  밭 갈던 소가

  마음대로 목 한번 축이지 못하는

  가난한 강

 

  가을볕도 울먹이며

  국경을 서성인다

     -전문-

 

  비극적 풍경에 다채롭게 띄운 사랑의 달_필리아(philia)적 비장미(발췌) _이택화/ 문학평론가

  필리아(philia)는 본능적 욕구에 치우치지 않도록 에로스를 정화하여 우정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랑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보편적 에로스에 기인한 개인 간 사랑으로만 행복할 수 없다. 인간이 개인 간의 정신적, 육체적 사랑에 집착하면 타락하거나 질투와 증오로 서로를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사랑의 확대가 요구된다. 사랑의 대상이 가족, 친구, 동료, 민족, 국가, 세계로 확장되고 이를 사랑할 때 드러나는 사랑이 필리아이다. 필리아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사회를 사랑으로 이끄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플라톤(Platon)『대화편』 중 「뤼시스(Lysis)」에서 필리아도 에로스처럼 사랑에 대한 욕구로 보았다. 에로스가 연애의 욕구라면 필리아는 친애의 욕구로 해석될 수 있다. 필리아도 에로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바탕색으로 주어진 또 다른 빛깔의 사랑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필리아를 행복의 실현에 필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그의 윤리학에 따르면 개인은 윤리적 덕을 지켜야 하고 사회는 정의를 유지해야 한다. 필리아는 이러한 개인과 사회를 순환하는 매개물로 개인의 행복과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사랑이다. 그는 덕에 의해 선과 미가 하나로 구현된 인격체를 칼로카카티아(kalokagathia)라고 지칭했다. 필리아는 이러한 인격체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랑이다. 칼fh카카티아(kalokagathia)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은 지성적 덕으로 삶을 관조하고 실천한다.

  이러한 필리아가 잘 드러나는 시는 「두만강에 서면  도문시를 끼고 흐르는 강」이다. 이 시는 개인 간의 사랑에서 벗어난 확장된 사랑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

 

  이규대 시인은 「두만강에 서면  도문시를 끼고 흐르는 강」에서 국경선을 이루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북한과 단절된 민족 간의 슬픔을 드러낸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도문시는 중국 지린성 옌벤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두만강 중류의 국경 도시로 두만강 무역과 교통의 요지이다. 이 도시는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의 함경북도 온성군과 마주보고 있다. 이 지역은 봉오동전투 등 1920년 초반의 항일 독립운동의 유적들도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도문시에서 시적 화자는 '좁고 야트막하게 흐'르는 '가을 두만강'을 '냇물인 줄 알고/ 그냥 건너려고' 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물길 한가운데가/ 움직이는 국경선'인 두만강을 건너지 못하고 '울먹인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국가 간의 법칙에 의해 생성된 필리아의 모습을 관조하고 예리하게 표현한다. 비장미는 현실의 상황에 부딪혀 소망을 이루지 못할 때 감정과 함께 일어나는 미의식이다. 그는 필리아가 형성하는 비장미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랑의 다층적이고 아이러니한 실체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p. 시 31-32/ 론 30-31//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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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시학』 2022-봄(40)호 <책 속의 작은 시집/ 시평> 에서

 * 이규대/ 경북 영천 출생, 2014년 『문학의 강』수필 부문 & 2015년『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 수필집『나의 배냇저고리』 

 * 이택화/ 시집 6권, 소설집 2권, 수필집 1권, 한국문인협회 회원 & 국제 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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