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왜는 궁금하지 않아도 질문하고/ 김도경

검지 정숙자 2022. 4. 12. 00:52

   

    왜는 궁금하지 않아도 질문하고

 

    김도경

 

 

  조용히 해줘

 

  잠시만, 아주 잠시만

  지금은 수업 중이고

 

  교수님도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10분이면 돼요

  아무도 말을 안 하고

 

  글만이 말을 해요 아주 잠깐만 혼잣말인지도 모르게

  강의실은 조용하고

 

  오늘 저는 인사했어요 누군가와 또 다른 누군가와 이름도 규정도 구분도 싫어요 그냥 말했어요 침묵이 오랜만이라서 설레요 뉴스를 봐도 말이 많고 모두 말이 많은데

 

  아주 잠깐만

  아주 잠시만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저는 누구를 따라 말을 하는 걸까요 교실이 억울한가요 학교에 있는 괴담을 들은 적이 있고 그때 저는 비웃은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

 

  우리는 잠시만

  죽은 척도 해봐요

 

  글로만 떠들어봐요 저는 듣고 있어요 가만히 침묵으로 수다를 떨자고요 교수님,

 

  오늘도 저는 온전할 거 같아요

 

  뉴스나 가십거리나 부끄러운 과거로부터 아주 잠깐만

 

  소문은너무 무서우니까요

  그렇게 이 안에서만 이야기하자고요

 

  10분만

 

  죽어가는 사람의 입장이 되자고요 흉내라도 좋으니 교실의 빈 의자를 가만히 바라보자고요

 

  침묵은

  입을 열지 않아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옆으로 옆으로

 

  저는 저를 좋아하지 못하고

  옆은

  시린 온도를 지녀요

 

  듣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발화인 것을

 

  당신들이 손을 뻗습니다 살아있는 존재는 무엇도 아니고 무엇으로도 변하지 못해요 그림자가 지나가면

 

  누구도 모르는 정적이었습니다

  지나갔다고 짐작할 뿐입니다

 

  그렇게 만났다고

  이야기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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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마詩魔』 2022. 03. (제11호) <시마詩魔 1>에서

  * 김도경/ 2021년 『아시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숨과 숲의 거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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