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양도성/ 조원효

검지 정숙자 2022. 4. 11. 02:45

 

    한양도성

 

    조원효

 

 

  겨울 한파에 수도꼭지 얼었다. 친구들과 드라이브하며 논밭의 풍경은 사실史實에 갇힌다. 함박눈 쏟아지는 육교 위로. 청계천 바깥에서 청계천 바깥으로. 가파른 언덕 지나쳐 걸으며. 학교 학예회 노인 분장하는 과거의 내가 철봉에 반대로 매달려 담임선생 치아 배열 끔찍하다고 말한다. 판단判斷은 없었다. 죽은 딸 그리워한 할머니가 종교를 권유하고 삼성프라자 간판 옆으로 회사원의 자살은 햇빛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끝나지 않을 계단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꿈속에서 팽이치기하던 소년의 뒷모습 이곳에 숨겨 놓았다. 도서관 책상에 앉아 점 선 면 그렸고. 미래未來는 영원히 깨져 버린 박스 같았다. 한양도성은 보이지 않으므로 그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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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파란』 2022-봄(24)호 <poem> 에서

  * 조원효/ 2017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