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꼬깃꼬깃/ 이재훈

검지 정숙자 2022. 4. 11. 23:27

 

    꼬깃꼬깃

 

    이재훈

 

 

  뒷주머니에 접어 넣은 지갑.

  가방 속에 넣어둔 쓰다 만 시.

  여행 가방 깊숙이 넣어둔 수영복.

  딸아이에게 못 전해준 미안하다는 말.

  경조사 봉투에서 넣었다 빼는 오만 원 한 장.

  안주 없이 생맥주만 시켜도 되는 단골 노포.

  두근거리는 이에게 보내다 만 문자메시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반토막 난 주식.

  우편함에서 몰래 꺼낸 세금 미납 고지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우울증 처방약.

 

  어쩌면 이 세계의 전부인 꼬깃꼬깃

 

   -------------------

  * 계간 『시마詩魔 2022. 03. (제11호) <시마詩魔 봄 신작시>에서

  *이재훈李在勳/ 1972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명왕성 되다』『생물학적인 눈물』등, 저서『현대시와 허무의식』『딜레마의 시학』『부재의 수사학』, 대담집『나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