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밥
강지혜
물을 드시는지 밥을 드시는지 어머니는 부엌에 서서
휘휘 밥 한 술 풀은 대접에 얼굴을 묻고는
숟갈을 쥔 채로 후루룩 밥을 드신다 아침을 마신다
훌훌 넘기는 밥, 숟갈이 무슨 소용이랴
둘러앉은 자식들 숟가락에 반찬 얹으시곤 살며시 물러나 앉으셨지
어찌 맛난 것을 모르고 배고픈 줄 모르시랴
자식들 입에만 넣어 주시며 그저 흐뭇해 하셨지
피어오르는 향냄새에 자분자분 어머니가 걸어 오신다
나물 반찬도 아끼시느라 못 드신 어머니께 수저를 올린다
낡은 스웨터처럼 끼니 걱정에 구멍 숭숭 뚫린 마음을 깁던
한평생 밥상을 차리며 모서리조차 앉지 않으셨던 어머니께
일 년에 한 번 차려 드리는 상
당신의 기일마저도 물밥을 드시는 어머니
이젠 숟가락으로 소고깃국도 떠드시고 발라낸 생선살도 드시고
생전 못 드신 음식 상 한가운데 앉아서
울먹이는 내 등을 어머니는 굽은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으신다
어미는 아까 많이 먹었다, 어여 먹어라
초승달이 처연히 가슴에 와 박히는 어머니의 제삿날
밤바람이 자못 시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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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마詩魔』 2022. 03. (제11호) <시마詩魔 1>에서
* 강지혜/ 2012년 ⟪머니투데이⟫ 신춘 당선, 시집『별을 사랑한 죄』, 동시집『별나무』, 산문집『내 안의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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