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권 전성시대
윤성학
권법 없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는 사람 수만큼의 권법이 있다
익히더라도 강한 것을 익혀야 산다
나는 당랑권을 택했다
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전술이다
상대와 마주섰을 땐 늘 중심을 뒤에 두고
정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
그래야 혈을 지킨다
사각死角으로 돌다가!
연속적인 단타로 급소를 파고든다
그의 반격을 받아 흘리며
쉼 없는 상하 연타를 구사해
승부를 몰아간다
나는 여기서 당랑권을 익혔다
강하게 파고들었다가
빠르게 빠져나오는
고수들을 보며 익힌 권법이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이것이 당란권이다
- 전문, 『당랑권 전성시대』(2006, 창비)
▶ 마음의 비기秘記(발췌) _정재훈/ 문학평론가
첫 시집의 표제작에서 화자는 '권법'에 입문했다. 원래 그는 약자였다. '권법'을 익혀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가장 "강한" 권법이 필요했다. 누구든 살아야 할 이유는 있었다. 그렇게 '고수들'을 보면서 '당랑권'을 익혔고, 이제 그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를 읽다 보면 '당랑권'의 화려한 동작 뒤에 감춰진 것이 드러난다. '당랑권'의 진짜 목적은, 그러니까 "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전술"이라는 사실 말이다. 수년을 땅속에 있다가 나와서 노래를 부른 것이 전부인 '매미'를 잡아먹는 전술은 사실 비열한 짓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눈에 비친 '고수들'은 오직 힘과 승부에만 집착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또, 아무도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들은 정말로 강했던 것일까.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자들은 아니었을까. (p. 시 78-79/ 론 79)
----------------------
* 『계간 파란』 2022-봄(24)호 <poet> 에서
* 윤성학/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쌍칼이라 불러다오』
* 정재훈/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재일'이라는 근거』(함께 옮김)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꼬깃꼬깃/ 이재훈 (0) | 2022.04.11 |
|---|---|
| 한양도성/ 조원효 (0) | 2022.04.11 |
| 죽음이 준 말/ 손택수 (0) | 2022.04.10 |
| 고봉준_나의 아름다운 장소들(발췌)/ 산책 : 강지이 (0) | 2022.04.10 |
| 김효숙_시인이시여, 생각...(발췌)/ 빚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 김건영 (0) | 2022.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