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준 말
손택수
조문을 가서 유족과 인사를 나눌 때면 늘 말문이 막힌다
죽음을 기다리는 병실에 병문안을 갈 때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쾌유를 빕니다
이런 유창한 관용구는 뭔가 거짓만 같은데
그럴 때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내게 구박만 받던 관용구는 늙은 아비처럼 나를 안아 준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좋으니
내 것이 아닌 말이라도 좀 흘러나왔으면 싶을 때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말이 그치는 그때,
어둠 속 벽을 떠듬거리듯 나는 말의
스위치를 더듬는다
그럴 때 만난 눈빛들은 잘 잊히질 않는다
그 눈빛들이 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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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22-봄(24)호/ <poem> 에서
* 손택수/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목련 전차』『붉은빛이 여전합니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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