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효숙_시인이시여, 생각...(발췌)/ 빚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 김건영

검지 정숙자 2022. 4. 6. 14:43

 

    빚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 빌리지

 

    김건영

 

 

  간절히 도착을 바랐으나 어둠 속에 있다

  한밤중에 사람의 눈이 빛날 때 그곳에는 어둠뿐인가

  빛을 나눠 가지는 것은 오직 사람들

  빈대의 반대이거나

 

  피가 달아, 달다고 말하는 사람은

  상상 속도 미로가 된다고

  좀비는 살을 먹고 흡혈귀는 피를 마셔

  사람이 사람을 먹어 치울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인식人蝕이라고 해야 할까

 

  ······이리泥犁 집에 왜 왔니

 

  귀신을 좋아해, 눈에 보이지 않잖아 돈 없이도 잘 살 테고 사람을 먹는 사람도 귀신은 무섭지 사람이 더 무서워 라고 말하는 게 더 무섭지 그래도 형편이 좀 좋아지면 사람이 되자

 

  네 눈에 가득 찬 선한 눈빛을 나누자

 

  아니야 나의 장래 희망은 귀신입니다 투명하고 가끔 사람을 놀래킨다 요금을 내지는 않고, 너희는 요실금이나 걸리라지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의 밥을 먹어 치우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귀신은 복잡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귀신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기를 흡혈귀라 부르는 건 좀 이상하다

  시인은 뭐 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부모님의 등골을 빨아 최선을 다해 가난해지는 사람이야 도착증에 걸린 귀신이야

  사람은 징그럽고 두꺼운 집을 떠올리면

  서늘해진다

  역시 여름에는 귀신이지

     -전문, 『문파』 2021-겨울호

 

  시인이시여, 생각이 많은가(발췌) _ 김효숙/문학평론가

  자신의 정체를 상투적으로 말하지 않기 위해 그는 "부모님의 등골을 빨아 최선을 다해 가난해지는 사람", "도착증에 걸린 귀신"이라고 고백한다. 그가 왜 곤충 되기, 귀신 되기의 화신인지를 조건과 정신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한다. 인격이 아닌 물격, 그것도 타자의 고혈을 전제해야만 연명할 수 있는 물질 토대, 아울러 정상성을 이탈한 어떤 정신적 집착증까지가 그가 처한 현실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뭐 하는 사람"인가 하면, 부모의 능력을 착취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자다. 투명하고, 요금을 내지 않고, 돈 없이도 살고, 복잡한 말을 하지 않고, 사람을 놀라게 하고, 빛이 사라지면 마을에 나타나는, 누구나 무서워하는 귀신 같은 자다. 이들은 생산능력이 없기에 타자의 능력을 빌어 연명하는 자, 즉 똑같이 헛것들이다.

  이러한 자기 확인 뒤에 진정 되고 싶은 것이 결국에는 '사람'이라는 언술은 그가 시인이기에 의미가 더해진다. "형편이 좀 좋아지면 사람이 되자"는 의지가 돋아나고, "선한 눈빛"을 가진 사람을 향한 선망이 그를 끝내 사람의 눈빛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게 한다. 사람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 그가 시인이기도 하다는 점은 다음 질문에서 그가 처한 토대와 함께 분명해진다. "······을의 집에 왜 왔니" 이러한 추궁은 을일 수밖에 없는 자의 고혈에 의지하려는 또 다른 '을'을 향한다. 을과 구별되기를 꾀하는 자들의 거처인 "두꺼운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도착하기를 바라지만 그뿐. 앞이 캄캄한 조건에서만 활동하는 곤충과 헛것들 위에 시인이 고스란히 포개진다. 그가 묻는다. 타자에 기대어 살면서 시에 집착하는 자신이 과연 뭐 하는 사람인지를. 생산능력이 없는 헛것들끼리 서로이 고혈이 되어 줘야 하는 시대에 시인이 과연 누구인지를. ( p. 시 175-176/ 론 177-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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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2022-봄(63)호 <문파가 읽은 좋은 시> 에서

  * 김효숙/ 2017년 ⟪서울신문⟫ 문학평론 부문 등단, 평론집『소음과 소리의 형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