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얼굴
하린
쓰는 순간
안쪽의 얼굴과
바깥쪽 얼굴이 갈라진다
갈라진다는 건
분명한 색깔을 갖는 일
안쪽은 바깥을 수렴할 수 없고
바깥은 안쪽을 탓할 수 없다
그럴 때 광장은 또 하나의 가면
오늘 보여준 안쪽의 표정이
바깥에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목소리의 연대가 아니라
가면의 연대였는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가질 때
얼굴은 탄생하고
얼굴은 표정이 되고
표정은 다시 힘이 되는데
목소리가 사라지자 가면만 남는다
물론 가면을 수령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1인 시위보다 천막 시위가
천막 시위보다 깃발 시위가
더 힘이 셀 것 같은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가장 힘이 센 건 1인 시위다
끝까지 흩어지지 않고
변방을 지킨다
300일째 팻말을 목에 건
하나뿐인 그의 젖은 마음
오늘도 외유내강이다
아니 국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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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우리들의 얼굴 찾기 3 『그의 얼굴』에서/ 2022. 3. 22. <청색종이> 펴냄
* 하린/ 2008년『시인세계』로 등단, 시집『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1초 동안의 긴 고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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