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골 죽도 미역 외 1편
한이나
깎아지른 세상 절벽에 몸 붙여 목숨을 이어오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파도 한 번 덮치는 찰나여서
어머니는 파도치는 섬 바위에 바짝 붙어 살았다
거친 파도를 이기고 자란 돌미역처럼 나 자랐다
아찔한 절벽 오르내릴 때
미끄러운 갯바위 위에 내려설 때
손끝에 다리 끝에 악착같이 힘을 준 어머니 생각나
나도 맹골 죽도 미역처럼 휩쓸려가지 않고 버텼다
파도 거칠고 뻘이 좋은 곽도 바다
남편도 외아들도 잃고 무슨 재미로 한생을 사셨나
맹골 수로의 빠른 물살에 이제 어머니 없다
길 없어 내가 발 딛고 다니면 그게 길이라던
목숨이란 악착같이 뭔가를 붙들어야만 이어지는 것이라던
어머니 수평선에 진을 치고 있던 박무가 데려갔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끝 지점의 맹골 파도를
데려와 하루를 살았다
물에 담근 미역처럼 어머니가 되살아난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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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식탁
그녀가 물의 정원 나무그늘에 식탁을 차렸다
눈앞 강물이 반짝이고 풀밭은 초록의 그림자
우리만 나이를 한참 먹었다
진심을 차린 우리들의 싱싱한 식탁
찰진 이야기 술술 풀려나오는
물빛 사월 만찬인 듯
오늘 하루 나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힘껏 살지 않기로 했다
계단이 없는 평평한 물의 정원 저 푸른 그림자의 풀밭
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을 독차지한 게
오늘 내 전부
아무도 슬프지 않아 지루한 내 생의 정점
그림자의 그림자인 내가 웃는다
죽은 친구는 저승 벌판 헤매느라 오지 못하고
오래 펄럭였던 얘기 한 줌 바람으로 정결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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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물빛 식탁』에서/ 2022. 3. 28. <상상인> 펴냄
* 한이나/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94년『현대시학』에 작품 발표로 활동 시작, 시집『플로리안 카페에서 쓴 편지』『유리 자화상』『첩첩단풍 속』『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귀여리 시집』『가끔은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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