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직지, 길을 묻는다/ 한이나

검지 정숙자 2022. 4. 9. 01:20

 

    직지, 길을 묻는다

 

    한이나

 

 

  직지심경直指心經은 오래 된 유적 마음의 길이다

 

  청주 나들목에서 강서동 반송교까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고향을 내달릴 때 가벼운 마음이 한 걸음이다

 

  철당간을 지나

  무심천을 건너

  구부러진 골목과 산책로를 휘돌아 가면

  고려의 직지에 닿을까, 흥덕사에서 찍어낸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

  칠백 년의 숨결을 맡을 수 있을까

 

  글자의 마음 心에

  닿을 수 있을지 길 속의 길을 찾는다

 

  고인쇄박물관에 와서 복원된

  직지에게 세상의 길을 묻다

  종이를, 쇠와 불을, 먹을 다루던 조상의 엄한 손길

  글자 한 자 틀릴 때마다

  마음 졸이며 혹독했을 정신의 치열함을 읽는다

  누대로 전해진 어둠 속 불빛

  심법心法을 만난다

 

  사람의 마음을 맑고 바르게 보면 얻어질

  마음공부를 되뇌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환하다

  직지의 슬픔과 자랑이 무심천 가득히 윤슬로 반짝인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경』을 소개로 한 작품이다. '직지심경'이란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고 정식 명칭은 '직지심체요절'이다. 마음을 통찰하는 선의 요체要諦를 뽑아 엮었다는 뜻이다. 이 책은 고려 말인 1377년 7월 지금의 청주 근처에 있던 흥덕사興德寺에서 간행한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이 시에 청주 나들목과 강서동 반송교가 나오고 흥덕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인의 고향 근처에서 간행한 직지심경이기에 더욱 친숙감을 느끼고 그 문헌을 "오래된 유적 마음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시인은 그 경전에서 "칠백 년의 숨결을 맡을 수 있을까" 명상한다. 그것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의미보다 마음을 찾는 요체라는 제목의 뜻 때문일 것이다. "글자의 마음 심에/ 닿을 수 있을지 길 속의 길을 찾는다"라는 시행에 시인의 지향이 담겨 있다. 그는 진리를 찾아 순례하는 고행 수도자의 위상을 자신의 기축으로 삼기 때문이다. 복원된 책의 겉모습을 통해서라도 자신도 세상의 길을 찾고 마음의 행로를 찾는 자리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탐구 정진의 수행이 그의 시 쓰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칠백 년 전 이 경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종이를, 쇠와 불을, 먹을 다루던 조상의 엄한 손길"을 그는 되새긴다. 참으로 장엄한 순간이다.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았을 혹독한 정신의 치열함을 본받으려 한다. 그가 시를 쓰는 자세가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혹독한 탐구 정진의 시간을 가지면 어둠 속 마음을 밝히는 "심법心法"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시 한 줄을 얻을 수 있을까? 얻을 수 있다는 확증은 얻지 못했으나 그래도 변화의 계기는 마련하였으니 직지심경을 보지 않았을 때보다 마음의 상태가 나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환하다"고 했다. 직지심경을 친견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보람이 없다면 과거의 문화 유물을 무엇 때문에 볼 것인가. 문화재 친견의 가치는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 데 있다. 그러한 마음의 승화 상태를 시인은 "무심천 가득히 윤슬로 반짝인다"고 표현했다. 예술적 체험이 자신의 예술 창조 의지로 전화하는 장면이다. 시인은 불교적 각성의 사례를 통해 자신의 결의와 정진을 표현했다. 불교적 상상력이 그의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p. 시90-91/ 론 123-125) (이숭원/ 문학평론가,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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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물빛 식탁』에서/ 2022. 3. 28. <상상인> 펴냄   

  * 한이나/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94년『현대시학』에 작품 발표로 활동 시작, 시집『플로리안 카페에서 쓴 편지』『유리 자화상』『첩첩단풍 속』『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귀여리 시집』『가끔은 조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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