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만경강 죽다/ 김수엽

검지 정숙자 2022. 4. 6. 02:17

 

    만경강 죽다

 

    김수엽

 

 

  그럴싸한 뼈대에 꽤 괜찮은 가문이다

  내 유년을 들춰보면 그 속 투명한 기억

  참붕어 숨소리조차

  내 눈 속으로 왔다 갔다

 

  피라미가 물풀을 툭 치고 지나가도

  풀 끝에 왕잠자리

  두렵지 않은 눈빛이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눈짓하는 송사리 떼

 

  이제는 기계음이 뱉어내는 쓰디쓴 냄새

  캄캄한 물소리가

  허둥지둥 흐르고

  낮은 댐

  콘크리트에 부딪쳐서 멍이 든다

 

  거품이 둥둥 떠 가는

  병든 강가에 서면

  바람이 와 내 머리를 팍 치며 깨우친다

 

  먹을 것 욕심 내지 마

  들풀들도 끄덕인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서정시의 역사에서 '자연自然'이 가지는 역할이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인 것이었다. 시인들이 택하는 자연 사물에는 원형성, 보편성, 경험적 직접성 등이 불가피한 속성으로 들어있고, 그것들은 우리 삶에 녹아 있는 가장 원초적 형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자연 사물을 형상화하는 흐름에는 여러 작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근원적 가치를 노래하는 쪽으로 수렴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수엽 시인은 자연 사물을 두루 섭렵하면서 그 안에서 정신의 지평을 발견하고 나아가 삶의 근원적 가치를 상상하는 모습으로 나아간다. 자연 형상을 통해 삶이 가장 깊은 풍경과 소리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다. (p. 시102-103/ 론 119)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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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집 『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에서/ 2022. 3. 28. <상상인> 펴냄   

  * 김수엽/ 1958년 전북 삼례 출생, 1992년 ⟪중앙일보⟫ 연말 장원 &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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