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외 1편
김혜천
제 몸의 진액을 뽑아 천상에 집은 지은 거미
어부가 허공에 그물을 짜듯
이음과 이음으로 마디를 만들고
모퉁이 돌 때마다 이슬방울 달았다
서로를 비추며 함께 빛나는
마디마다 달린 구슬
인간은 자연에
물질은 정신에
공간은 시간에 투영되어 하나가 된다
궁에는 중심이 따로 없고
크기가 다른 방들이 겹겹을 이룬다
어스름 저녁 나비 한 마리 궁에 들었다
나비 작은 날갯짓에
일제히 바르르 떠는 구슬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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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
몽중에 나에게 나온 이 문장은
선사시대를 헤엄쳐 온
해독되지 못한 아사 직전의 물고기
붉은 통점痛點이 파닥파닥 잠을 깨운다
멈춰버린 농담처럼 행간 속에 가둔 비명의 날들
비늘처럼 달라붙은 남루를 벗긴다
쓰나미 잠들고
산란의 바다를 만날 때까지
그늘마다 검은꽃이 무성하게 피었다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난해한 기호들
검은꽃의 재해석은 묻어두기로 한다
낮을 되찾고 싶던
긴 밤의 서사를 비문으로 적는다
이제 거침없이
심해를 헤엄칠 수 있겠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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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에서/ 2022. 3. 25. <시산맥사> 펴냄
* 김혜천/ 서울 출생, 2015년 『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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