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서안나_삶과 죽음의 혼융과 연민의 시학(발췌)/ 밤 근무 : 김정임

검지 정숙자 2022. 4. 4. 02:47

 

    밤 근무

 

    김정임

 

 

  이곳은 외딴 병동 나 혼자 깨어 있다 사각의 병실 창 너머 잠든 이들은 새의 옆모습을 닮아서

 

  돌아가지 못하는 새를 바라보면 왜 이리 아픈지 저 혼자 울고 떠들다가 자신이 삼킨 알약으로 꿈속을 날며 나는 왜 여기 있으며 모두 어디로 갔을까 뻐꾸기 둥지 같은 이곳을 떠나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올까

 

  잠은 점점 녹아내리고 어느새 환의 고리를 잡고 있는 손 누가 여기 데려다 놓았나 어디선가 노를 저으며 사라지는 물결 소리 우리는 크고 작은 환상의 섬이 되고

 

  잠든 새의 날개가 움찔거린다 돌아보면 날갯짓을 멈춘 밤이 병동의 불빛을 감싸며 조용히 빠져나가는데 두 발이 푸르고 울창해지면 다시 날아야지 slept well, slept well, 오늘 밤이 무사히 지나갔다고 쓴다

 

  병동의 창이 환해진다

      -전문-

 

  삶과 죽음의 홍융과 연민의 시학(발췌)_서안나(시인)

  외딴 병동에서 밤 근무를 하는 '나'에게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잠든 모습은 마치 날개가 꺾인 새처럼 연약한 존재로 포착된다. 나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원은 질병 그리고 죽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장소적 특징을 지닌다. 그럼에도 시적 화자가 병동 일지에 편안히 잠잔다라는 의미의 "slept well"을 기록하는 행위는, 그들이 경험하게 될 죽음의 공포가 지연되길 염원하는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오늘 밤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시적 화자의 진술을 통해서도 환자의 아픈 몸이 곧 새처럼 날아올라 두 발이 푸르고 울창해지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와같이 새에서 나무 이미지로 변용되는 다양한 이미지의 변용은 시적 화자인 '나'가 유년의 상흔을 극복하였기에 타자에 대한 포용이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 p. 시 111/ 론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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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2022-봄(63)호 <소시집/ 신작시/ 작품론> 에서

  * 김정임/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마사의 침묵』외 3권

  * 서안나/ 1990년『문학과비평』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평론집『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정의홍선집 1, 2, 3』『전숙희 수필선집』, 동시집『엄마는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