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동진_사소함으로 쌓은 시(발췌)/ 세워둔 연못 : 안도현

검지 정숙자 2022. 4. 4. 02:06

 

    세워둔 연못

 

    안도현

 

 

  간장종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숟가락을 놓고 가 보니 창에 새가 부딪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등이 푸른 물총새였다 연못을 살펴보러 왔다가 막 떠나려던 참이었나 새끼들을 부르러 가던 길이었나 앞마당 연못 속 물고기의 수를 헤아리느라 부리가 길어졌구나 물총새는 수평의 연못이 지겨워 연못을 세워두고 머리를 들이밀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바깥을 보려고 창을 달았으나 나의 바깥은 새의 국경이었다 또한 나의 바깥은 반질반질해진 새의 안쪽이었다 새가 밥을 얻으러 가던 실 끝을 땅에 묻고 나는 식은 국을 먹었다

      -전문-

 

  ▶ 사소함으로 쌓은 시(발췌)_김동진(문학평론가)

  화자는 물총새가 "수평의 연못이 지겨워 연못을 비워두고 머리를 들이밀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세워 둔 연못은 물총새가 부딪힌 "창"을 이야기한다. 수면과 유리창은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반사시킨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공통점에 착안하여 서로 다른 두 대상을 결합시키는 시인의 감각이 돋보이는 비유다. 하지만 시에서 부각되는 것은 두 대상의 차이점이다. 이는 물총새가 맞은 결과로부터 드러난다. 물총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다.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곧 수면이 통과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유리창은 새의 입장을 허가하지 않는다. 유리창은 안과 밖을 분리하면서 빛만을 통과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자에게 "바깥"이 "새의 국경"이 되는 이유다.

  문제는 물총새가 유리창을 향해 날아와 부딪혀 떨어졌고, 죽었다는 것이다. 새는 "밥을 얻으러" 날다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었는데, 화자는 유리창 안쪽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대비되는 두 존재의 처지가 화자로 하여금 유리창을 세워둔 연못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화자는 "나의 바깥"이 "새의 안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와 대상의 위치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을 위해 한 일이 대상에게는 고통과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화자는 새를 "땅에 묻고" "식은 국을 떠먹"는다. 별다른 언술 없이 시가 마무리되지만, 우리는 화자가 빠진 생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p. 시 85/ 론 98-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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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2022-봄(63)호 <이 계절의 초대시인/ 신작시/ 작품론> 에서

  *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1981년《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외롭고 높고 쓸쓸한』『북항』『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외 다수 

  * 김동진/ 2020년《조선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