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폭설, 손가락들/ 정재학

검지 정숙자 2022. 4. 3. 02:13

 

    폭설, 손가락들

 

    정재학

 

 

  장갑 한 결레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눈 오는 거리에 누워있다

  둘의 거리는 한 뼘

 

  둘은 겹쳐지진 못한 채

  검지가 서로를 가리키며

  마주 보고 있었다

  나뒹굴고 있었다

  

  무표정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쓸쓸하게

  폭설 속으로 파고들고

 

  얼어붙은 손가락들은

  납작해졌다가 꿈틀 했다

  불면증 속으로 들어가

  눈부신 빛을 움켜잡는다

 

  얼음과 새벽이 만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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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2-봄(63)호 <시마당> 에서

  * 정재학/ 1996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