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환절(換節)/ 한영옥

검지 정숙자 2022. 4. 2. 01:46

 

    환절換節

 

    한영옥

 

 

  꼼짝도 못할 것 같다

  꽤 걸려 일어선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실내가 넓은 카페로 간다

  창가에 붙어 앉아 맴맴

  조그맣게 오물거려 본다

  마스크 속 입을 느낀다

  매미 한 마리 들어온 걸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맴맴 조금 더 오물거린다

  마스크 속 입을 제대로 느낀다

  여름도 아닌 겨울 하루가 길다

  하루가 길어 수심愁心도 긴 모양

  마음 늘려먹고 차 한 잔 더 한다

  어떤 위로도 기대하지 않는다

  쌓아놓은 수심 한 수레 끌며

  겨울은 가뿐히 지나갈 것이다

 

  --------------

  * 『문예바다』 2022-봄(34)호 <작가연구/ 신작시> 에서

  * 한영옥/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비천한 빠름이여』『아늑한 얼굴』『다시 하얗게』『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