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생활난
여태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해결되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들
치매 걸린 노인에게 자식은 하루에 두 번 전화했다.
잘 주무셨어요?
노인은 잠결인 듯 꿈속인 듯 대답했다.
니가 누고?
끼니 거르지 마세요.
속사정을 모르면 바깥은 언제나 봄날이지만
알고 보면 깜깜한 터널 속인 것처럼
자신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었다면 자식은 더 자주 전화를 했을지 모른다. 저녁 무렵 자식은 하루의 삶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노인에게 전화를 또 한다. 뭘 기대하고 하는 일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하는 일
기다림과 인내가 그 사이에 있을 뿐
저녁은 드셨어요?
잘 안 들린다.
응답을 듣기 위해 누구는 피를 흘리며 전 생애를 떠돌고 누구는 피를 묻히고 악마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다.
대답 없는 너와 다르지 않은 너
너희가 세상에 가득할지어니.
목소리 좀 크게 해라!
당최 알아들을 수 없다.
아침에 누군지 되물었던 목소리를 알아챘으니 다행이라고 잠시 자식은 생각한다. 언제나 다행은 불행의 여러 경우 중 하나. 노인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성화다. 자식은 아무리 크게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노인이 원망스럽다. 언제고 세상이 답답하지 않은 적 있었을까. 노인도 자식도 저녁이면 악마가 된다. 누구나 일 분이면 악마가 된다. 우리의 악마는 귀가 멀고 얼굴을 붉히며 살아있다.
왜 그리 못 알아들으셔요!
뭐라고!
자식의 목소리는 노인의 목소리보다 더 커져 전화기를 집어삼킨다.
자상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시간은 수화기로 빨려들어가
윙윙거리다 삐삐거리다 덜컥거린다.
알았어요!
이젠 그만 쉬세요.
악마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깜깜해서 알아볼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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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 2021-겨울(62)호 <시마당> 에서
* 여태천/ 200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감히 슬프지 않을 수있겠습니까』『저렇게 오렌지는 익어가고』『스윙』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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