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뻐꾸기가 된 우울증/ 오덕순

검지 정숙자 2022. 3. 26. 02:59

 

    뻐꾸기가 된 우울증

 

    오덕순

 

 

  창살 무늬 안에 갇힌 사람이 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는 사십 대 초반의 남자가 문을 열고 물어본다 여기가 4층 치매센터인가요 1층 금연 클리닉예요 그는 헝크러진 머리카락과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을 만지며 뻐꾸기처럼 깃털을 털어낸다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나에게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준다 옷에서 불안과 공포와 우울의 냄새가 배어 나온다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문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여성기피증도 앓아요 여자가 무서워 도망가요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 않아요 어머니는 위층 아주머니하고 이야기해요 불안과 공포가 심하게 밀려올 때 재떨이에 담뱃재가 쌓여가요 매일 세 갑 피워요 60개비? 폐 속으로 빨아들이는 연기에 숨이 턱턱 막혀요 벽지가 노랗게 변해 버렸어요 니코틴 중독에 빠졌어요 제가 여자로 보이나요? 아뇨, 흰 가운 입은 간호사로 보여요 부러진 날개를 접고 있군요

 

  어둠의 방에 자신을 가두고 게임의 환상을 즐기는 그 남자,

  발작을 일으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그는 뻐꾸기가 되어 긴 회색 얼룩 꽁지를 파닥거리며

  노란색 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다

  다른 새의 둥지 안에서 탁란하는 파란색 알,

  가짜 어미 품에 둥지를 튼다

  꾸 꾸루룩, 소리를 내며 뻐꾹 뻐꾹, 운다

  삐삐삐삐, 아들을 위로하는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우리 엄마는 진짜 아닌 가짜 같아요

 

  1층 흰 가운 입은 그 여자가 무서워요 그는 뿔로 그녀의 머리를 들이받는다 그는 깃털을 날리며 꽁지 발로 빠져나간다

 

  방 안의 뻐꾸기 둥지는 파란색 알도 낳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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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1-여름(106)호 <시사사 포커스 2/ 신작시>에서

  * 오덕순/ 시인, 2007년『시사사』로 등단, 시집『어느 섬의 나이팅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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