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믿었던 사람/ 이덕규

검지 정숙자 2022. 3. 29. 02:01

 

    믿었던 사람

 

    이덕규

 

 

  믿었던 사람 속에서 갑자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개는 쓰러진 나를 향해 한참을 으르렁거리다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믿었던 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믿었던 사람은

  가슴을 열고 더 무서운 개 한 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개 말이오?

  나는 결국 사람에게 지는 사람이다 나는 늘

  사람에게 지면서도 그 흔한 위로의 반려견 한 마리 키우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 내 안에 키우던 자성의

  개 비린내 나는 송곳니에게 회되게 물렸기 때문이다

 

  견성한 개는 주인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매번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자라서 나는 나에게도 지는 그런 슬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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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1-겨울(62)호 <시마당> 에서

  * 이덕규/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밥그릇 경전』『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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