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매혹(魅惑)/ 홍성란

검지 정숙자 2022. 3. 24. 01:45

 

    매혹魅惑

 

    홍성란

 

 

  산야에 구르다 얹혀

  물가에 구르다 앉아

 

  콧대도 낯빛도 문드러지고 문드러져

 

  비운 듯

  기운 듯 말가니 늙은 돌 안 있나

     -전문-

 

  후기> 한 문장: 나에게 『매혹』은 9년 만에 내는 신작 시조집이다. 나를 비우기 위해 나를 모았다. 등단 33년. 미지의 당신에게 『매혹』이라는 편지를 보낸다. 낯선 향기를 보낸다

  산다는 건 견디고 받아들이는 일. 받아들이고 견딜 줄 알게 되어 고맙다. 고맙고 빛나는 순간들이 있기에 당신처럼 눈 오는 밤 숫눈길에 길을 내며 여기까지 왔다. 언제부턴가 인연을 짓지 않기 위해 대중 속으로 숨었다. 대중 아니고는 섞이지 않았다. 섞이지 않고 젖지 않으려고 감장 우산을 펼쳐 들었다. 고요하고 안온한 고독. 이 기쁜 대명천지를 당신에게 보낸다. 『매혹』을 보낸다. 다 보낸 빈자리에 낯선 향기와 빛깔이 고이게 될 것을 안다. 나는 내가 그립다.

 

  (···) 

 

  알다시피, 시조가 노래로 불리던 시절에 노랫말 시조는 3분장 시조창 방식과 5분장 가곡창 방식으로 불렸다. 시조창과 가곡창은 음악예술 분야에서 특별한 조명을 받고 있다. 가곡은 '서정성과 균형을 지니고 있으며, 세련된 멜로디와 진보적 악곡이자 한국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평가받아 2010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노래'. 국립국악원에서 가곡을 처음 듣던 날, '천상의 소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노랫말 시조를 서정시로 창작하는 시인들의 시적 형식에 대해 말하려고 가곡의 5분장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시조는 고시조를 엮어놓은 가집歌集에 보이듯이 '내리박이 줄글식' 이어쓰기이거나, 3행이거나, 5행이거나 시인의 내적 요구에 따라 그 밖의 자유로운 시적 형식도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분방한 시적 형식이 유려하고 우아한 시조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데까지 가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p. 시 27/ 론 97-98 (···) 98-99) (저자)

 

   -----------------

  * 신작 시조집 『매혹』에서/ 2022. 2. 22. <현대시학사> 펴냄   

  * 홍성란/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조집『춤』『바람의 머리카락』등. 현)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