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외 1편
이원로
시계추에 반한 아이가
벽시계를 붙들고 놀다가
그만 뒤뚱 추가 멈춰 섰다
놀라서 엄마한테 달려갔지
사태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구원투수가 쓰다듬어주며
"우리 애는 시간도 멈추는 재주가 있네!"
벽시계를 바로잡아 세우고
추를 잡아당겼다가 놓아주니
시간의 율동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 엄마는 시간을 되살리는 기술도 있네!'
엄마는 그곳으로 가신 지 오래지
아이의 여기 시간이 뒤뚱 멈출 때
엄마는 아이 시간을 소생시키려 달려올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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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
강한 불길이 그와
가족 사이를 갈라놓는다
그는 홀연히 불 회오리바람에 실려
높이 멀리 하늘로 솟아오른다*
얼마 후 그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아니하고
그의 몸에서 떨어진 겉옷을
주섬주섬 단지에 담아 넣는다
그의 유해는 삼 년 전에 소천한
아내와 나란히 납골당에 안치된다
그들에게 맡겨진 이 세상의 임무가
빠짐없이 성심껏 완수되는 순간이다
장례 동안 비구름을 비집고
하늘은 높고 푸르고 눈부셨다
그러나 이날 밤** 천둥번개에
큰 비바람이 스쳐갔다
-전문-
* 열왕기하 2:11
** 2021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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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찻잔과 바다』에서/ 2022. 2. 15. <조선문학사> 펴냄
* 이원로/ 1989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빛과 소리를 넘어』『파도의 터널』외 다수, 심장전문의, 인제대학교 총장(5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종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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