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탁본

검지 정숙자 2022. 3. 20. 00:33

 

    탁본

 

    정숙자

 

 

  물 컵, 눈 깜빡할 사이

  조랑말 잔등에 떨어진다

 

  물 컵, 간신히 고삐를 찾는다

  하염없이 위태롭지만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물 컵, 조랑말에게 말 건다

  조랑말, 째깍째깍 달릴 뿐이라고

 

  어쩔 수 없이 서로

  알지 못하는 먼 길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조랑말 보폭 아랑곳없다

  물 컵, 홀로 솟구치다 맑아지다

 

  예기치 못한 찰나 쨍그랑

  파묻힌다 그 즉시 또 다른

 

  물 컵, 눈 깜빡할 사이

  조랑말 잔등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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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월간『시인플러스』 2013. 9-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