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 사람의 소금 안주/ 민왕기

검지 정숙자 2022. 3. 19. 13:48

 

    한 사람의 소금 안주

 

    민왕기

 

 

  나도 여러 군데 망가졌겠지만 아예 망가진 사람을 본 일이 있다

 

  정신이 반쯤 나가 광화문을 걷고 있던 그는

  신문에서 보았던 사람

 

  죽으라고, 죽으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아직 살고 있다

 

  삶으로 복귀 못 하는 암담함으로 이 악물고 걷는 것 같은데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어 광장시장 머리고깃집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구차한 목숨이 되면 삶을 더 악착같이 껴안는다지만

  치욕과 욕설과 모욕을 안주 삼아 소금이나 찍어 먹고

  그 사람 접시에 머릿고기는 줄지 않는다

 

  전화 끄고 인터넷 끄고 야간시장 알전들 켜진 곳에 앉아있는 마음

  파탄만큼 좋은 안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먼저 일어날 때 그가 슬쩍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전에도 지금도 모르는 사이

 

  죽은 듯 죽어있는 삶을 지나 혜화동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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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반시』 2022 (119)호 <15인의 시>에서

  * 민왕기/ 2015년『시인동네』로 등단, 시집『아늑』『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