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소금 안주
민왕기
나도 여러 군데 망가졌겠지만 아예 망가진 사람을 본 일이 있다
정신이 반쯤 나가 광화문을 걷고 있던 그는
신문에서 보았던 사람
죽으라고, 죽으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아직 살고 있다
삶으로 복귀 못 하는 암담함으로 이 악물고 걷는 것 같은데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어 광장시장 머리고깃집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구차한 목숨이 되면 삶을 더 악착같이 껴안는다지만
치욕과 욕설과 모욕을 안주 삼아 소금이나 찍어 먹고
그 사람 접시에 머릿고기는 줄지 않는다
전화 끄고 인터넷 끄고 야간시장 알전들 켜진 곳에 앉아있는 마음
파탄만큼 좋은 안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먼저 일어날 때 그가 슬쩍 나를 쳐다본다
우리는 전에도 지금도 모르는 사이
죽은 듯 죽어있는 삶을 지나 혜화동 쪽으로 무작정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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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반시』 2022 봄(119)호 <15인의 시>에서
* 민왕기/ 2015년『시인동네』로 등단, 시집『아늑』『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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