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최소연
쇼파에
각이 시퍼런 한 마리의 호랑이가 앉아있다
그의 DNA는 탱자나무 가시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눈물의 저녁이면
그는 몇 개 남지 않은 모서리를 지우며
겨울수박처럼 둥글에 앉아있다
가끔 둥글어진 몸과 손을 내밀어
어지러운 세상으로 실명한 나를 인도해 준다
그럴 때,
창밖 상수리나무가 부처처럼 웃기도 하고
지구가 공전하는 까닭이다
기울어진 그의 어깨로 스며든 슬픔을 향해
내가 손을 내밀자 무너져 내린다
그의 푸른 포효가 저물어가는 시간,
몸은 점점 어두워지고
그의 뿔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계절이 몇 벌의 옷을 갈아입더니, 그의
굽은 등뼈가 묘혈을 파고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뜨고, 각이 다 닳은
한 마리의 종이호랑이가 쇼파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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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반시』 2022 봄(119)호 <15인의 시>에서
* 최소연/ 2018년『시사사』로 등단, 시집『나를 로스팅하여 너를 추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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