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
정숙자
물 컵, 눈 깜빡할 사이
조랑말 잔등에 떨어진다
물 컵, 간신히 고삐를 찾는다
하염없이 위태롭지만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물 컵, 조랑말에게 말 건다
조랑말, 째깍째깍 달릴 뿐이라고
어쩔 수 없이 서로
알지 못하는 먼 길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조랑말 보폭 아랑곳없다
물 컵, 홀로 솟구치다 맑아지다
예기치 못한 찰나 쨍그랑
파묻힌다 그 즉시 또 다른
물 컵, 눈 깜빡할 사이
조랑말 잔등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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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월간『시인플러스』 2013. 9-10월호 <신작시>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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