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감정손해보험/ 이종섶

검지 정숙자 2022. 3. 16. 02:29

 

    감정손해보험

 

    이종섶

 

 

  노후에 맞닥뜨리게 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

  노후가 아니더라도 어느 날 사고처럼 다가올 쓸쓸함을 견디기 위해서

 

  감정손해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한 달에 한 번씩, 또는 그 이상의 기회를 만들어 보험료를 지불한다

 

  성실한 납부자, 그러나 가난한 납부자

  돈이 많다면 감정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진 게 없으니 실비 보상정도의 감정보험이라도 들어놔야 안심이 된다

 

  혼자라는 것, 친구가 없다는 것

  이대로 흘러가면 어느 순간 감정의 대형 사고에 직면하게 될지 몰라,

  그 내상의 두려움을 아는 자로서 이대로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오늘의 외로움과 내일의 쓸쓸함이 그때마다 보험료를 인출할 것이다

  감정보험에 일찍 가입해서 다행이다

 

  오늘의 감정을 견디기가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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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파 MUNPA』 2021-가을(61)호 <시마당> 에서

   * 이종섶/ 2008년《대전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 2016년《광남일보》신춘문예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