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길의 문장/ 윤홍조

검지 정숙자 2022. 3. 11. 19:53

 

    길의 문장

 

    윤홍조

 

 

  휙- 비호같이 그들의 손길 스쳐 지나면

  길의 정확한 포인트 가장자리 던져지는

  저 우수수 낙엽 같은 문장들

 

  마치 목숨 건 끈질긴 구애와도 같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무심한 눈앞

  깜짝, 일면식도 없는 빛의 속도 지나면

  사방팔방 울불긋 일상의 발길 나뒹구는

  반듯반듯 얼굴 없는 문장들

 

  길은 언제부터 저 오토바이 광고 맨

  바람잡이 고수들을 기용했는가

  눈만 뜨면 세상 곳곳 그들의 흔적

  어김없이 번쩍 흔적 없이 다녀간

  바지런 길을 쓸 듯 흩어놓은 문장들

 

  단칼에 쓱 각진 세상 위기를 평정하듯

  꽉, 막힌 삶의 물줄기 숨통을 틔우듯

  길의 난간 아슬아슬 물밑작전 펼치는

  속전속결 떡밥의 낚싯대 길을 은유하는

 

  저 파르르 떠는 길의 수면에 아까부터

  고물고물 강아지 코끝같이 낮게 날던 바람이

  어느새 획, 뼈도 살도 없는 제 공복을

  길의 문장 파락파락 물길 찾아 읽는다

 

   ---------------------

   * 『미래시학』 2021-가을(38)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윤홍조/ 199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첫나들이』『푸른 배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