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주루룩 주루룩/ 박수원

검지 정숙자 2022. 3. 11. 01:34

 

    주루룩 주루룩

 

    박수원

 

 

  강물이 봄비를 품고 흐르는 줄만 알았는데

  봄비가 강물을 품고서 흘러가기도

 

  흐르는 건 강물이 먼저도 아닌

  봄비가 먼저도 아닌

  같이 품고서 같이 가는 길

  매번 멈추지 못하는 사계도 흐르는 동안만은

  미운 맘 고운 맘들 다들 품고서

  가슴을 가슴으로 다독이며 같이 가는 길

 

  이화 가지에 흐르는 저 봄비가

  주루룩 주루룩,

  하루종일 꽃잎까지 훑으며 흘려 내려도

  상처 같은 사월은, 꽃잎 흐르는 사월은

  그래도 우리 아픈 자리

  새 살같이 피어날 생애 가장 외롭고도 어여쁜 날

  그래도 우리 아픈 자리

  상실 너머 상실로 얻을 흉터까지 기꺼이 아름답게

  저 봄비가 흐르듯 얼싸안고 같이 가는 길

 

   ---------------------

   * 『미래시학』 2021-가을(38)호 <미래시학 시단 >에서

   * 박수원/ 2014년『인간과문학』으로 등단, 시집『그림자의 말』『가면놀이』『행성으로 간 여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