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미안해진 봄/ 김자흔

검지 정숙자 2022. 3. 10. 23:39

 

    미안해진 봄

 

    김자흔

 

 

  내가 봤다고 믿었던 것은

  아지랑이 타오르는 찔레 숲의 가시덤불

 

  먼발치에선 빨강 노랑 보라

 

  그리고 나선 팔랑 팔랑개비

 

  여기선 춤추는 봄

  저기선 노래하는 봄

 

  한 발 뜀뛰기로 양 눈을 찡그리며 들어가다

  발돋움이 매끄럽지 못해

  잠시

  삐긋,

 

  안녕하세요, 고양이 아줌마?

 

  미안해진 봄은 북북 머릴 긁적이네

     -전문-

 

  해설> 한 문장: 고양이와 대화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식물들을 묘사하는 시인의 언어는 지극히 사변적이다. 사변적인 구어체로 구성된 시들은 느리고 목가적이다. 동물과 나누는 대화로 구성된 시들은 특정한 동물에게 지닌 시인의 애정을 대변한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부각하는 2부의 시들은 역설적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세계와 인간들의 넘치는 욕망을 상기시킨다. 경쟁과 약육강식으로 구성된 인간 세계의 생리와는 달리 동물과 식물들은 더 많은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단지 더불어 존재할 뿐이다. 인간만이 그들의 세계를 파괴하고, 구획한다. 구어체로 구성된 시들은 어떤 삶도 쉽게 분류되고 정의됭 수 없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전달한다. (p. 시 80/ 론 120) (이정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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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하염없이 낮잠』에서/ 2022. 2. 22. <문학의전당> 펴냄   

  * 김자흔/ 충남 공주 출생, 2004년『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고장난 꿈』『이를테면 아주 경쾌하게』『피어라 모든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