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오월보다 먼저 오는 새/ 박봉준

검지 정숙자 2022. 3. 10. 00:54

 

    오월보다 먼저 오는 새

 

    박봉준

 

 

  뻐꾸기 새끼에게

  쉼 없이 먹이를 잡아다 먹이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뱁새를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뱁새 새끼를 모두 밀어내 죽이고 염치없이 입을 벌리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 뱁새는 탄생의 비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모순을 사람들은 섭리라고 하겠지

 

  어쩌다 제 손으로 혈육을 키우지 못하고 심청이 아비 젖동냥하듯이 이곳저곳 도둑 탁란하여 눈도 채 뜨지 못한 어린 새끼 손에 악의 피를 묻히는

 

  뻐꾸기의 생도 참 기구하다 싶어 그 소리 다시 들어보니 녹음 짙어가는 들녘이 다 평화로운 것만이 아니다

 

  천치 같은 뱁새도

  피를 묻힌 뻐꾸기도 함께 살아야 하는

  푸른 오월

    -전문-

 

  해설> 한 문장: 탁란托卵은 박봉준 시인에게는 어미 새와 새끼 새의 관계에서 유추된다. 이를테면 가장과 식솔의 관계이다. 뻐꾸기는 특히나 양육의 방식이 남다르다. "뱁새 새끼를 모두 밀어내 죽이고 염치없이 입을 벌리는 덩치 큰 뻐꾸기 새끼"는 남의 둥지에서 뱁새인 척 먹이를 받아먹는다. 시인은 이를 "이곳저곳 도둑 탁란하여 눈도 채 뜨지 못한 어린 새끼 손에 악의 피를 묻히는" 어미 뻐꾸기의 행태를 탓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도 시인은 "참 기구한" 생으로 받아들인다. "천치 같은 뱁새도/ 피를 묻힌 뻐꾸기도 함께 살아야 하는/ 푸른 오월"은 어찌 보면 "오월보다 먼저" 깨어난 삶의 투쟁이고 삶의 비극성이자 바로 '삶' 그 자체임을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하다. (p. 시 31/ 론 105-106)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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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에서/ 2022. 2. 25. <상상인> 펴냄   

  * 박봉준/ 강원 고성 출생, 2004년『시와비평』신인상 수상, 시집『입술에 먼저 붙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