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어머니의 우물/ 권옥희

검지 정숙자 2022. 3. 11. 19:08

 

    어머니의 우물

 

    권옥희

 

 

  날마다 어머니가 퍼낸 우물이 깊다

  평생 어머니의 우물은 눈물이었다

 

  날마다 길어 올리는 두레박에 매달려

  쓰디쓴 세상에 아프게 매달려 있었다

 

  겨우 열세 살인 딸을 민며느리로 남의 집에 보내고

  재가한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날마다 우물 밖으로 물방울처럼 튕겨 나가길 꿈꿨다

 

  우물은 덫이었다

  어머니의 가슴을 쥐어짜는 바람이었다

 

  검은콩처럼 타들어 가는 가슴을 누르며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집 나간 아버지 그림자를 안으며 울었다

  그때 어머니의 세상은 우물 안의 어둠처럼 막막했다

 

  우물의 저 밑바닥까지 내려간 어머니의 두레박이 아렸다

 

  한 번도 꽃인 적 없는 어머니 품에 아무도 없었다

  끝까지 우물이 한번 출렁이다 멈추었을 뿐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어머니의 우물' 이 작품을 통하여 시인은 어머니의 힘든 삶을 들여다본 것일까. 결코 우물 밖으로 튀어나갈 수 없는 어머니의 삶은 온전하지는 않았다. 이번 작품을 조용히 음미하다보면 서러움 한 자락으로 "한 번도 꽃인 적 없는 "어머니의 일생을 안타깝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를 비교하면서 음미해 보기 바란다.(p. 시 68-69/ 론 119) (문정영/ 시인)

 

   -----------------

  * 시집 『사랑은 찰나였다』에서/ 2022. 1. 20. <시산맥사> 펴냄   

  * 권옥희/ 경북 안동 임동 출생, 1992년『시대문학』(현 문학시대)로 등단, 시집『마흔에 멎은 강』『그리움의 저편에서』, 공저『별난 것에 대한 애착』『장미차를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