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먹다 남은 고기/ 정다운

검지 정숙자 2022. 3. 5. 02:27

 

    먹다 남은 고기

 

    정다운

 

 

  캠핑은 유익하다

  숲과 인생 얘기를 한다

  전자책과 이어폰을 끼고 불을 후볐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는 게 나다

 

  아버지는 유익하다

  익룡의 부리처럼 딱딱하지만

  넓은 날개는 아직 쓸 데가 많다

  사진을 찍어 둔다

  뼈와 깃털만 발견해 놓고

  다른 사나운 형체로 복원하는 짓은 그만두자

 

  나에게는 각종 동물 서른 마리

  라는 이름의 장난감이 있었다

  아버지가 종로의 지하철 계단에서 사줬다

  미키 시계나 파버 카스텔보다 좋았다

  사자 하나 토끼 하나보다 충분했다

  친구들이 어떤 동물을 가져오든 우스웠다

  그들은 하나를 맡아 무리를 지었지만

  나는 혼자서 각종이었다

  긴 목이 있었고 군침과 이빨이 있었고

  한 번 달리면 누구보다 빨랐고

  그늘 밑에서 헐떡였다

 

  아버지는 날개를 펴고 비를 막고 그 안에서 놀게 해주었다

  유익한 한 가지가 되기를 바랐겠지만

  부모는 자식을 응원한다

  내가 날벌레처럼 왱왱거리고 남을 배신할 때도

  먹다 남은 고기처럼 굳어서 방에 틀어박혀도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늘이란 것은 멸종한다

  다시는 같은 날이 오지 않는다

  과장과 반복을 좋아하지 않는 그에게 물었다

  나는 살아남을 만큼 이로웠습니까

  무엇을 지키고 또 무엇을 낳지 않아도

  누구보다 빠르지만 굶는 게 편해도

  괜찮습니까

  좋았습니까

  그럼, 물려받을 게 있겠습니까

  그는 과장과 반복을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너는 참 귀여웠다, 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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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1-가을(60)호 <신작소시집/ 신작시> 에서

   * 정다운/ 서울 출생, 2005『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나는 그때 다 기다렸다』『파헤치기 쉬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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