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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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정숙자 2022. 3. 4. 02:50

 

   

 

    최유리

 

 

  내가 왜 집을 내주어야 하느냐는 눈초리에

  말문이 터진 아버지와 기다렸다는 듯이 짐 옮기는 엄마

 

  비명 지르며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찌푸리던 얼굴로 돌아누었던 엄마의 다른 딸

  아픈 게 아니라 눈에 띄게 아프고 싶은 거겠지,

  비명을 제대로 발음했다면 그건 아마 나와 닮은 네 이름

 

  입만 벙긋대는 꿈속에서 유영하다가 돌아온 베개는 늘 젖어 있고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페페와 남은 졸업을 뒤로한 채

  도망치듯이 쫓겨난 내 방 806호

 

  찌그러지는 페트병 소리에 얼얼한 뺨만 어루만지는 밤

  등지고 누웠던 시간들이

  결국 이곳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면

 

  발 디딜 곳이 생긴 거겠지

  어두운 고양이를 껴안으며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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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1-가을(60)호 <신작시> 에서

   * 최유리/ 울산 출생, 2015『서정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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