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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내가 왜 집을 내주어야 하느냐는 눈초리에
말문이 터진 아버지와 기다렸다는 듯이 짐 옮기는 엄마
비명 지르며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찌푸리던 얼굴로 돌아누었던 엄마의 다른 딸
아픈 게 아니라 눈에 띄게 아프고 싶은 거겠지,
비명을 제대로 발음했다면 그건 아마 나와 닮은 네 이름
입만 벙긋대는 꿈속에서 유영하다가 돌아온 베개는 늘 젖어 있고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페페와 남은 졸업을 뒤로한 채
도망치듯이 쫓겨난 내 방 806호
찌그러지는 페트병 소리에 얼얼한 뺨만 어루만지는 밤
등지고 누웠던 시간들이
결국 이곳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다면
발 디딜 곳이 생긴 거겠지
어두운 고양이를 껴안으며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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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1-가을(60)호 <신작시> 에서
* 최유리/ 울산 출생, 2015년『서정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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