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문장론 외 1편
박완호
햇빛에 가려진 달의 전언을 읽는 시간이야
달의 문장은 언제나 까다로운 비유로 가득 차 있어 달의 전언을 헤아리는 건 끝없는 양파 껍질 같은 빛의 수사를 하나하나 벗겨내는 일, 햇살에 가려진 달이나 어둠 속에 숨겨진 해의 문장을 읽어내는 일은 불완전한 가능성 또는 완전한 불가능성을 가리키지
한낮의 별은 술속에 숨겨놓은 보물들처럼 은밀하게 반짝이지 별빛의 수사를 질어가는 건 써 내려가기 전의 문장을 미리 읽어내는 것처럼 신비로운 일이야 뱃속에 든 아가 얼굴을 그리는 엄마처럼, 간밤 두서없이 빛나던 별들의 문법을 바탕 삼아 안 보이는 빛의 자획을 찬찬히 떠올려보는 거지
나의, 복습되니 않는 빛의 문장수업은 언제나 진행형이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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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별이 된 시인 K*
남쪽 바닷가 내 어린 벗이 빗줄기를 헤치고
세상 밖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였는지도
몰라, 세상이 들려주는 것들
고스란히 옮겨 적겠다는 말, 비는
너의 발꿈치를 적시고
무릎을 삼키려 한 거지
빗속에도 별이 뜬다는 말을 들었어
언젠가처럼 한쪽에 바다를 끼고 있었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해조음은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엄마, 난 별이 되고 싶어요
얘야, 넌 이미 이렇게 반짝이잖니
지상의 가장 빛나는 별이
너란 걸 모르니, 그래도
난 영원히 반짝이고 싶어요
엄마 맘에서나 하늘에서나
절대 시들지 않을 꽃을 피울래요
그렇게도 넌 별이 되고 싶었구나
어디선가 너는
빗속에서도 젖지 않는 꽃으로
언제나 빛나는 별로 태어나겠지
아름다운 정신은 죽어서도
찬란한 별의 이름을 가지리
시인이라는,
영원의 이름을 지닌
누구나의
클레멘타인
-전문-
* 故 김희준 시인(199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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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에서/ 2022. 2.20. <북인> 펴냄
* 박완호/ 1965년 충북 진천 출생, 1991년『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내 안의 흔들림』『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누군가 나를 검은 토마토라고 불렀다』등, 6인 동시집『달에게 편지를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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