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에는 신화가 산다 외1편
정복선
질마재에 가면
아무도 살지 않는 게 이상해서 자꾸만 맴을 돌고 마는
초가집 한 채가 있고
폐교를 개조한 미당시문학관에 들어서면
미당은 아니 계시고 훌훌 벗어던진,
한 생애의 무게만큼이나 매서운, 이빨 빠진 바람이
서가 사이에서 쉬고 있다
화사()를 향해 던진 돌팔매질, 그 피 묻은
돌멩이들만 몇 굴러다니고 멍든 자위도 남아,
원고지 속에선가 액자 속 육필 시편들 속에선가
귀, 촉, 귀, 촉, 울음소리도 환청처럼 들리고
질마재에 가면 그래서
귀, 촉, 도, 가 봄부터 내내 울다가
질마재를 넘어간다는 신화가 산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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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그때 좀 더 강변을 걸을 걸 그랬다
짧디 짧은 사랑은 하지 말 일이었다
꽃다운 스무 살의 호양나무 줄줄이 늘어섰던 강가
모노아라 조개와 어여쁜 새의 둥지 위에
삼천 년, 사천 년,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바람,
그대가 씌워 준 흰 모자 새 깃털 장식 그대로
덮어 준 양모 망토와 소가즉 신발에 얼룩진 그대 눈물
옆구리에 넣어 준 풀띠로 엮은 바구니 속엔
그 밀밭, 그 파도
그대가 만들어 준 이승에서의
마지막 선물 목선木船을 타고 나, 긴 잠 속
너무도 질긴 바람望 속을 혼자서 항해해 왔다네
루란에서 갈라지는 천산남로와 서역남로
그 어름의 소하묘
호양나무 가면假面 저리 뒹굴고
미라로 남은 몸
내 이제 일어나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걷고 또 걸을지라도
그대 사랑은 하지 말 걸 그랬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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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집 『젊음이 이름을 적고 갔네』에서/ 2022. 2.10. <문예바다> 펴냄
* 정복선/ 1948년 전북 전주 출생, 1988년『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종이비행기가 내게 날아든다면』『마음여행』『여유당 시편』등 7권, 영한시집『Sand Relief』, 평론집『호모 노마드의 시적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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