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도피안사到彼岸寺 · 1
이영춘
내 피안의 길은 어디인가?
잠들 때마다
잠 깰 때마다
황량한 이 바다 어떻게 건너가야 하나?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천 길 구렁 같은 길 위에서 길을 잃곤 했는데
오늘 이 곳에 이르러
길道의 한 끝이 보인다
무無의 첫 길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살덩이 한 줌으로
아무것도 아닌 흙 한 삽으로
육천 제곱의 생을 끌고
바람으로 흙으로 저 불길 속에서
스님들이 다비식을 봉정하는 독경 소리,
아득히 산그늘로 저물어 가는데
까마귀 뗴 같은 검은 연기 하늘에 닿는다
한 영혼의 눈眼을 쓸어내리는 저 소리,
아득히 산등성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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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1-가을(39)호 <시인 조명 ①/ 신작시> 에서
* 이영춘/ 1941년 강원 봉평 출생.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시포스의 돌』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 등, 시선집 『들풀』 『오줌발, 별꽃무늬』, 번역시집 『해, 저 붉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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