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굴뚝
박분필
내가 본 그 들판은 시베리아입니다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는 판잣집에서
굴뚝도 아궁이도 없는 식수마저 얼어 터진 곳에서
노부부가 이민자처럼 언어를 소통할 이웃도 없이
절뚝거리며 골목을 뒤져 폐지를 줍습니다
폐지 판, 돈으로 사온
홍시 두 개로 하루치 식사를 겨우 때웁니다
그것마저도 감사해서 맛있다, 맛있다
아내의 웃는 입과 눈을 바라보는 거무죽죽한 그 얼굴에
여러 종류의 굴뚝이 다 보입니다
어느 사대부의 고택에서 본 담장보다 낮은 굴뚝이
끼니 거른 민초들에게 밥 짓는
연기냄새를 부끄러워한
사대부들의 마음씀씀이였다, 로 기록된
감정 없는 그 굴뚝도 보입니다
그들이 과연 이 시베리아 벌판을 알기나 할까요
시베이라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항상 살을
깎아대는 지독스런 바람이어서
눈물마저도 고드름으로 매달린다는 것을
시베이라에 또 바글바글 눈이 내려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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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1-겨울(40)호 <시인 조명 ①>에서
* 박분필/ 1996년『시와시학』으로 문단 활동 시작, 시집『바다의 골목』외 다수, 동화집『하얀 날개의 전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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