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별에 대한 몸가짐/ 안정옥

검지 정숙자 2022. 2. 20. 21:40

 

    이별에 대한 몸가짐

 

    안정옥

 

 

  집은 숲 근처, 숲 속의 창은 허공을 둘러막은 유리, 가끔 새들이 텅 빈 공중인 줄 알고 날아들었다 쿵, 요란한 소리 새 한 마리 버둥거린다 생각보다 새의 몸은 뜨거웠다 눈만 껌벅이는데 잔뜩 피꽃이다 무겁다 연두무늬로 내어준, 원래 새는 제 몸을 사람에게 보여주는 걸 거부하지 소리만 내어주니 소리만 받을 뿐이다 새처럼 완곡하다 나무젓가락으로 물을 넣어주니, 사람이든 새든 긴박한 상황에서만 제 몸을 맡긴다 검은 부리는 쇠와 같아서, 저 부리로 얼마나 많은 곤경을 건너왔을까 깃털과 할딱이는 배를 쓰다듬는 걸 동의해 주겠는가 새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곳이 허공이라 믿고 싶어진다 한참 푸드덕거리더니 몇 번 휘청, 날 수 있다 숲으로 들어서며 제 몸으로 돌아간 듯 그제야 나는 허공이 아니다 그가 있던 자리에 깃털 하나 떨어져 있다 그 사람과 이별할 때 그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 나와 관계한 이별들은 늘 나보다 한발 앞서 온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의 몸가짐 없이, 이 깃털로 가장 아름다운 펜을 만들어야 할 근거가 있다 미루고 피하기만 했던 그와의 이별에 대한 답례를 이제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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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 연구소』 2022-봄(5)호 <연구소 초대시인 제3부/ 신작시> 에서  

  * 안정옥/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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