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14
오세영
지방대 교수로 있는 딸이 내게 푸념을 했다. 아빠는 교수 사회에서 항상 잘난 체만 하고 다녀 모두가 싫어 한다며? 도대체 아빠는 내게 하나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어. 아아, 그렇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딸아.
어릴 적 애비 없이 태어난 나를 외할머니는 집안에 손이 들 때마다 당신 곁에 꿇어 앉히고 항상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였다. 어르신, 이 애 좀 보세요. 보통 애가 아니랍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애지요. 그러면 손님은 또 항상 이렇게 맞장구를 치셨다. 그럼요. 다른 애들과 어디 비교할 수 있나요?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애지요. 이 비범하게 생긴 이마와 부처님 같은 귀를 보세요.
그래서 나는 내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인 줄로 착각하며 살아왔단다. 사랑하는 딸아, 미안하구나.
----------------
* 『상징학 연구소』 2022-봄(5)호 <오세영/ 신작시> 에서
*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전남의 장성과 광주, 전북의 전주에서 성장, 1965-68 박목월에 의해『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사랑의 저쪽』 『바람의 그림자』, 학술서『시론』,『한국현대시분석적 읽기』등 출간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랙털/ 김유태 (0) | 2022.02.20 |
|---|---|
| 희망의 내용 없음/ 육호수 (0) | 2022.02.19 |
| 이슬 프로젝트-57 (0) | 2022.02.18 |
| 이슬 프로젝트-57/ 정숙자 (0) | 2022.02.18 |
| 거북, 건널목을 건너다/ 김덕남 (0) | 202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