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비행
이혜선
우화를 꿈꾸었다
바람 타고 날아보아도
절벽에서 떨어져도 날개는 돋지 않았다
네 쌍의 다리로 줄을 탄다
머리가슴* 하나로 느끼고 동시에 교감한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식힌다
날개 대신 실을 토한다
강철보다 강한 생명밧줄
수억 년 진화해온 피브로인(fibroin) 단백질, 몇몇生을 연구해온 공법
새 생명집을 짓는다
별이 뜨는 방향, 영원히 이어나갈 겨레의 제단에 걸어둔다
나는 아직도 거미, 유사비행에 목숨 건다
펜 끝에 생명밧줄 토하며
시인의 극한 불행을 예감해도*
무한 허공, 또 꿈꾼다, 날아오른다
-전문-
* 거미 몸은, 머리와 가슴이 같이 있는 모라거숨과 배로 구성되어 있다.
* 빅토르 위고, 샤토브리앙을 추모하는 시 「Odes et Baiiades/ A M. de Chateaubriand」차용
----------------
*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②>에서
* 이혜선/ 198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흘린 술이 반이다』『운문호일雲門好日』『새소리 택배』등, 저서『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문학과 꿈의 변용』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북, 건널목을 건너다/ 김덕남 (0) | 2022.02.17 |
|---|---|
| 우로보로스의 환(幻)/ 주경림 (0) | 2022.02.17 |
| 시인이 바라본 어느 시인/ 정숙자 (0) | 2022.02.17 |
| 소나무 관찰기록/ 이근영 (0) | 2022.02.17 |
| 개밥/ 윤범모 (0) | 2022.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