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사비행/ 이혜선

검지 정숙자 2022. 2. 17. 13:59

 

    유사비행

 

    이혜선

 

 

  우화를 꿈꾸었다

 

  바람 타고 날아보아도

  절벽에서 떨어져도 날개는 돋지 않았다

 

  네 쌍의 다리로 줄을 탄다

  머리가슴* 하나로 느끼고 동시에 교감한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식힌다

 

  날개 대신 실을 토한다

  강철보다 강한 생명밧줄

  수억 년 진화해온 피브로인(fibroin) 단백질, 몇몇生을 연구해온 공법

  새 생명집을 짓는다

  별이 뜨는 방향, 영원히 이어나갈 겨레의 제단에 걸어둔다

 

  나는 아직도 거미, 유사비행에 목숨 건다

  펜 끝에 생명밧줄 토하며

  시인의 극한 불행을 예감해도*

  무한 허공, 또 꿈꾼다, 날아오른다

      -전문-

     

    * 거미 몸은, 머리와 가슴이 같이 있는 모라거숨과 배로 구성되어 있다.

    * 빅토르 위고, 샤토브리앙을 추모하는 시 「Odes et Baiiades/ A M. de Chateaubriand」차용

 

   ----------------

   *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②>에서

   * 이혜선/ 198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흘린 술이 반이다』『운문호일雲門好日『새소리 택배, 저서『이혜선의 시가 있는 저녁』『문학과 꿈의 변용』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