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관찰기록
이근영
화가 송창이 소나무 껍질을 떼어다가 전시장 벽면 가득 소나무를 다시 만들었었는데 경주 황룡사 주변 소나무인지 물었더니 그냥 웃고 말았는데 전라도 장성 사람이 절대 경상도 나무를 가져다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자꾸자꾸 물었는데
소나무가 바람을 만날 때마다
몸을 턴다고
솔잎을 털든가 솔방울을 털든가 마른 가지를 털든가 생가지를 털든가 아예 목숨을 털든가
그때마다 소리가 다르다고
한 뼘짜리 어린 소나무로부터
등이 몇 번 굽은 늙은 소나무에 이르기까지
바람을 맞는 소리가 다르고
바람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그의 관찰 방법에 따라, 나도 마흔셋에 우연히 건강보험검진에서 위암이 발견되어 위를 통째로 잘라낸 이후 한 스무 해 이상 암을 극복하고 잘 살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우리 형에 관한 이야기인데
장남은 바람맞는 소리가 다르다고
고등학교 수석 졸업은 바람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입사시험 일등은 다르다고
유난히 아홉수가 지독하게 작동한 올해 근 일흔을 앞두고 벌어진 일인데 갑자기 소화기가 막혀 작은창자도 자르고 큰창자도 자르고 항문도 빼 달았다 다시 넣었다 하는 수술을 네 차례나 하기에 이제는 이 코로나 시국에 황당한 큰일을 치르는가 싶더니 어제 아침에 불현듯 전화를 걸어와
동생 걱정했지,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기겁하게 하는 솔바람 소리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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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①>에서
* 이근영/ 2001년『시현실』로 등단, <사람>동인, 현)대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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