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인이 바라본 어느 시인/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2. 2. 17. 01:22

 

    시인이 바라본 어느 시인

 

    정숙자

 

 

  미개척의 어둠 속에서

  금강석을 캐내며 멎지

 

  <4 × 4 = 16>이 아닌

  그보다 훨씬 많거나 빠른 답을 찾느라

  간신히 치켜든 등불마저 놓치고 말지

 

  하지만 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암흑이 햇빛이겠지. 그 속에서라야 아직 부화하지 못한(않은) 언어를 깨울 수 있지. 삶이야 가냘프고 고달프고 아프겠지만 그렇게 얻은 문장만큼은 톡톡 여물어 코끼리가 밟아도 안 깨지겠지.

 

  어둠 속에서

  칠흑 속에서

  고립된 지옥 안에서

  뜨겁게 고이고 파랗게 식힌

  그 절규가 바로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든

  한 구절 섬광이겠지

 

  왜 이렇게 슬프- 것일까

  아차 배고프다도 있네

  아 앗차 구슬프다도 있었군, 그래

  그래그래 시인에게는 그렇게 힘없는 잎이 한결같은 꽃이었구나

 

  한 올 무모한 실 위에서

  소나기와 눈보라도 몸소 겪어낸

  그는,

  그 시인은 먼- 길 돌아온 풍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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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①>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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